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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지우개 그리고 앨범

주절 주절 대략 1년이 되어가는 인물화 연습(feat. 취미 미술)

by Myo Gwan 2021. 5. 5.

아마 예전에도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 적었던거 같은 데, 사실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적기는 적었을텐데, 난 TMT형 인간이기 때문에 적었어도 또 얘기 할거다. 나의 그림에 대한 생각은 거슬러 올라가 고등학교 시절에 도착한다. 인문계 문과였던 나는 주변에 예체능을 준비하는 애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뭔지 몰라도 문과+예체능/이과 이렇게 좀 구분이 확실한 느낌이였음.. 당시 입시 미술을 반에 준비하던 애들이 많았는 데, 다들 하나같이 잘 그리는 애들이였음.

 

어릴적 나는 딱히 미술에 재능도 관심도 없는 편이였어서 굳이 배울 필요도 느끼지 않았고 고등학교때 주변에 예체능 친구들을 봐도 그닥 감흥이 없었다. 이미 음악과 미술은 내 영역 밖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근데 그러다가 왜 갑자기 그림을 취미로 잡게 됐나? 싶을텐데..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 사이에 생기는 공백의 시간이 있다. 합격 발표 나오고 막 그러는 시기. 그때 돌판 덕질을 주체적으로 시작하는 시기가 온다. 그리고 당시 트위터에서 정보를 줍줍 하던 나는 팬아트를 그리는 분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음.

 

특히 내 최애 멤버를 엄청 몽글몽글한 이미지로 잘 그리시는 분이 있었는 데, 그 분을 보고 나니까 갑자기 그림이란걸 배워보고 싶어진거다. 그래서 당시에 독학을 해보려했다. 그림러들을 팔로우하고 그 사람들 그림을 눈으로 보면서 하루에 드로잉을 1개라도 한다면 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였는 데, 생각보다 그게 쉬운게 아니더라. 일단 선을 어떻게 쓰는지 조차 모르는 나에게는 연필과 볼펜은 그냥 글자를 쓰는 용도일뿐이였다. 심지어 글 쓸때 종이 뒷편에 글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많이 주는 편이라서 그림을 그리기에는 최악의 조건이 아니였나 싶다.

 

그렇게 시들하게 사라진 그림에 대한 욕구는 대학생때 다시 생긴다. 위와 같은 이유였고, 또 나름대로 독학을 해보려고 그림 독학하는 방법 이런거 검색도 해보고 그랬다. 근데 그때는 지금처럼 미술이 취미에 가까운 느낌이 아니였다. 그들만의 리그에 가까웠기 때문에 취미 미술을 찾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였고,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건 생각도 못할 일이였다. 그러다 우연히 매일 연예인 얼굴 그리기 연습을 하는 인스타를 찾게 된다. 비전공자에 그냥 정말 바닥에 부딪치는 심정으로 독학을 하고 있던 사람을 보며 '나도 내 최애 얼굴로 매일 그리다 보면 늘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쉬웠으면 학원이 왜 있었겠냐만... 결국 첫 그림 구도를 잡고 스케일을 잡는 거에서 실패로 다시 그림에 시들시들해진다. 그 뒤는 그냥 바빴고 힘들었다. 졸업을 해야했고, 취업을 해야했다. 정신 없이 시간이 흘렀고 내가 사회초년생이 되어 있었다. 직장에서 집까지 버스로는 1시간이 넘게 걸렸기에 기숙사 생활을 했는 데, 이때 인생 최고의 우울감을 얻게 된다. 우는 날이 더 많았던 그 시절의 나였달까..ㅋㅋㅋ 물론 지금 직장도 나랑 너무 안 맞아서 우울할때가 종종 생기는 데, 저때만큼은 아니였다. 저때는 진짜 울며 스스로 사고나 났으면 좋겠다, 창문 보면서 저기로 뛰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을 할정도.(지금은 우울감보다 빡침이 더 많은 편. 내가 한탕만 벌면 이 버러지 같은 직장 꼭 관둔다. 이런 느낌ㅋㅋㅋㅋ)

 

그 당시 스스로도 이렇게 살다가는 이 무기력함과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생각을 한건지 계속 뭔가가 배우고 싶었다. 근데 기숙사 근처에 만화 학원이 하나 있었는 데, 그걸 보고 나니까 잊고 있었던 그림에 대한 갈망? 같은 게 막 치고 올라오는 거다. 근데 도저히 사회 초년생에게 시간이란건 나지 않았고, 퇴사를 하고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장으로 옮기고 나서야 기회가 찾아왔으나 또 덜컥 겁이 났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걸 두려워 하는 나였기에, 조금 이상한 포인트랄까.. 새로운 걸 하는 건 좋아하는 데, 그게 사람이랑 관련이 생겨버리면 일단 겁부터 먹는 편이다. 그림은 배우고 싶은 데, 학원을 다니고 학원에서 사람들과 엮이는 건 싫은 그런거였다. 그래서 지금처럼 클래스 101 같은 게 나오기 전에 인터넷 강의로 그림을 배우는 사이트를 하나 찾게 된다. 1년에 20만원 안 되는 금액이였는 데, 거기서 그림을 그려보는 강의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게 대면을 해야는 게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하잖아.. 결국 그렇게 돈을 날리며 나는 그림을 그릴 운명이 아닌가..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 이 모든거에 터닝 포인트가 하나 생기는 데, 이직을 하고 동료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갔었던 때였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데(위에서 사람 만나는 거 안 좋아한다고 했는 데 게스트 하우스? 할 수 있는 데 이상하게 아예 모르는 사람이랑은 엄청 금방 친해진다. 장기로 봐야하는 사람들을 불편해하는 거...^^ 그래서 직장 사람들이 참 불편하다^^) 그 중에서 건축 미술을 전공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와, 너 그림 진짜 잘 그린다! 나도 그림 배우고 싶은 데 내 직업이랑 너무 관계도 없고..' 이런 말을 했는 데 그 친구가 '그냥 그리는 거지!' 이러는 거. 순간 머리 띵 하는 느낌.

-종이랑 연필만 있으면 그리는 거야!
=배운 적이 없어서 못 그리는 데?
-그림은 엄청 주관적인거라서 잘 그린다 못 그린다 할 수 없어. 그냥 그리고 싶으면 그려!

이 말 듣고 너무 충격 받아서 그림 배워야겠다! 바로 이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도 갔다와서 취미 미술을 찾아서 화실을 등록하고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중간에 쉬었었지만ㅋㅋㅋㅋ

원래는 수채화 일러스트를 하다가 19년도 말에 홀린듯 인물화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인스타에서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팔로우 하다보면 거기서 또 관련된 분들이 피드에 뜨는 데 거기서 '둡'님을 보게 된거다. 이게 인물화를 배워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 이유다. 사실 그림 중에 인물화가 뭔가 가장 딱 그럴듯한 느낌? 같은 게 들때가 있지 않나. 그림을 배워 보면 수채화든 드로잉이든 뭐든 쉬운게 아니고 다 얼마나 공들인건지 알게 되는 데, 철이 없었죠. 인물화가 좋아 1년이나 고생을 했다는 게..ㅋㅋㅋㅋ

수채화 일러스트를 배우면서 알게 된건 그림의 난이도인데 인물화는 절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루고 있었다. 취미 미술을 시작한건 인물 얼굴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는 데 말이죠...?ㅋㅋㅋㅋㅋ그 미루던 걸 둡님 그림 한장에 홀려서 시작하게 된거다. 처음에는 모작을 했는 데 힘들어도 이게 은근 재밌고 그래서 결국 계속 해보겠다고 말하고 그게 1년쯤 된거 같다.

오늘은 그 1년간 그린 인물화를 올려볼까 한다. 모작은 다 빼고 사진을 보고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정리 해볼 생각. 근데 사실 몇장 안 된다. 기간이 1년인거지 일하면서 취미 미술 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ㅡㅠ.. 1달에 5번이나 가면 진짜 많이 간거거든..ㅎㅎ 어쨌든, 아직도 완성 50%까지 가는 것도 힘든 저질 체력으로 그린 그림들을 보도록 하자.

 

제일 처음 그린 인물. 사실 이 글을 써둔지 2주는 된거 같은 데 그간 사진 찍기가 귀찮아서 묵혀뒀었다. 근데 재수도 없지 오늘 비가 진짜 태풍 오듯이 내리는 날 화실 갔다가 집에 왔더니 스케치북이 젖었네?🥲

어쨌든 시작은 동양인으로 시작했다. 여러 사진을 골랐는 데 이 사진이 매우 매우 매력적이였음. 너무 예쁘시더라구..? 근데 이때는 그린다고 정신이 없었는 데 다 그리고 보니 미간이 멀어진.. 선생님이 말 해주셔서 그제서야 아.. 했던 포인트🥲 그 뒤로 선생님이 서양인을 추천해주셨다. 동양인 보다는 서양인이 얼굴 특징이 뚜렷해서 그리기가 쉽다고 하셔서.

그 다음으로 그린건 서양인 남자 모델들이였다. 서양인에서도 여자 모델들 보다 남자 모델들이 이목구비가 확실해서 그리기 편하다고 하셨거든. 그때 골랐던 남자 모델은 뭔가 약간 피곤해 보이는 듯한 잘생긴 분이였다. 나는 이상하게 자료를 찾으라고 하면 자꾸 잘생긴 남자를 찾고 있음^^....

이때는 얼굴 하나 잡기도 너무 너무 힘들었는 데, 아니 사실 지금이 더 힘든거 같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그림은 그릴 수록 어렵다. 오히려 백지로 그리는 게 더 휙휙 잘 그려진다. 배울수록 완성도를 높이려고 잡고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때는 2-3시간이면 완성! 하면서 끝냈다. 대신 화실 가서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받고 늘 충격 받던 시기.. 그리고 머리카락 그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여러번 때려치고 싶었다.

정면이랑 측면도 공부를 해보자 하셔서 측면 남자 모델을 선택했다. 대각선을 그릴때 우린 보통 대각선의 기울기가 어느정도인지를 알려고 애를 쓰지 않나. 근데 아무리 그려도 내가 보는 자료의 각도를 알 수가 없다. 내가 화실 극초반에 구도가 어마무시하게 틀어진 그림을 모작한적이 있다. 당시 기울기를 어떻게 알아야할지 도저히 감이 안 와서 4번을 그렸던 적이 있다.

그때는 시작하는 상황이여서 선생님이 별 말씀 없이 이것도 잘하신거라고 해주셨는 데, 나중에 그림을 더 배우고 나니까 대각선은 기울기를 아는 게 아니라 전부 계측이라고 하셨다. 가로선과 세로선을 이용한 계측만으로 포인트를 찾고 그 포인트를 이어주면 내가 찾던 기울기를 찾을 수 있다고.. 너무 충격적이였음 그 말이. 그 뒤로는 모든 그림을 가로선과 세로선만으로 각도를 찾게 됐다. 그리고 그림은 어지간해서 1:1 스케일을 맞춰주면 그리기 편해요 진짜로..

난 그 가운데 가로선 긋고 세로선 긋는 게 그냥 멋처럼 보였는 데(배우기 전) 그게 다 가이드 선이였음... 가이드 선이 있으면 어지간한 그림은 다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는 아직도 제대로 계측 안 하는 게 함정🥲

이때부터는 정면을 그리는 게 전혀 두렵지 않던 시기. 원래는 정면도 땀 삐질삐질 흘리며 그리다가 이맘쯤부터는 정면에대한 자신감이 넘쳤었다. 진짜 한장 뚝-딱 하며 그려냈던 시기였다ㅋㅋㅋㅋ

 

 

그리고나서 만족도가 높았던 3인방ㅋㅋㅋㅋㅋ 가운데 혹시 누군지 아시겠나요...? 호아킨 피닉스 입니다... 네, 그렇다구요... 사실 연예인을 안 그린 이유가 얼굴을 아는 사람을 그리면 안 닮는 거에 스트레스 받아서 인물화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더라구요? 그래서 보통 그냥 모르는 인물 사진이나 모델 사진을 많이 쓴데요.

근데도 저 사진을 골랐던건 그냥 느낌이 너무 좋아서. 뭔가 자료 사진은 뽝!! 하고 와닿는 것들이 있는 데 그 사진이 저거였음. 저때 화보 사진 보면 약간 시현하다 처럼 뒤에 색 하나 깔고 배우의 어깨 위로만 딱 찍혀있는 데 진짜 분위기가 쩔어요.. 호아킨 말고도 다른 배우님들도 있던데 다 분위기 짱이였음. 어쨌든 호아킨이 최애 배우기도 합니다. 조커 영화 진짜 재밌게 봤거든요. 근데 재밌게도 호아킨 보고 리버 피닉스한테 입덕함^^ 진짜 우러빠 존잘이였다고...🥲

저거 그릴때 그림 그리면서 심장이 둑흔둑흔 달달 떨렸었음. 그냥 아는 얼굴을 그린다는 게 긴장이 됐었는지ㅋㅋㅋ

그렇게 서양인 여자분들로 넘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몇장 안 그린거 같지만 중략한 그림들이 꽤 있답니다. 이건 첫 여자 모델 그림이였는 데, 확실히 뭐가 어려운지 단박에 알 수 있었던 그림. 외국 남자 모델들은 하나같이 광대랑 하악이 발달해서 그 두곳만 잡아도 얼굴형 맞추기가 수월했는 데, 여자 모델들은 골격이 있어도 약하게 있어서 확실히 어려웠음...

그래서 그리는 내내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시기. 선생님이 이거 피드백 해주시고 나서 처음 그림부터 다시 돌아 보시곤 확실히 여자 모델에서 다시 그림이 주춤하는 게 보인다고 말하실 정도였다ㅋㅋㅋㅋ그래도 머리 그리는 게 조금 늘지 않았나..?

역시나 중략 주르륵~하고 그리고 싶어서 뽑아간 자료 집에서 그린거. 이건 피드백 하나 없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그렸던 그림. 그리고 이분도 유명한 배우분의 자녀. 너무 매력적인 얼굴이라 가로 사진이여도 굳이 선택했는 데,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한 외국 배우 자녀인거 알고 '아.. 어쩐지 너무 매력있더라..' 했던ㅋㅋㅋ

사실 내 그림에 8할은 선생님들이 만들어주신다.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거치고 나면 없던 생기가 그림에서 보임.. 이 그림은 시선처리가 되게 힘들었었다. 다 그리고 나서 자꾸 시야가 위를 봐서 뭐가 문제지.. 했는 데 피드백과 다이아 손인 선생님의 수정 후 제자리를 찾았다. 자랑거리는 머리카락 그리는 게 많이 늘었다!^^ㅋ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색연필 인물화. 연필만 쓰다가 색연필로 이제 채색을 해보자고 하셔서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근데 이것도 선생님 수정이 8할... 입술이 저렇게 뭉쳐진 매트한 립같은 느낌이 원래 아니였음.. 내 손으로 그렸을때를 보면 정말 충격적이였는 데 그걸 저렇게 만들어내심..

인물화 채색으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진짜 머리가 아픈 느낌이다. 왜냐면 연필 쓸때보다 너무 적나라하게 선 긋는게 보이더라고..? 그리고 연필 쓸때보다 색연필 색 쌓다보면 종이가 금방 상한다^^... 특히 이 뒤로 그림 2개를 더 했는 데 오늘 가서 마무리한 그림이 종이가 왕창 상해서 색 올리다가 벗겨지는 지경이 왔다. 근데 이미 내가 선택한 길인걸 어쩌겠어🥲 힘내자.. 마크를 그리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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