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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지우개 그리고 앨범

고양이 처돌이의 앨범 정리

by Myo Gwan 2021. 6. 3.

티스토리 앱에 드디어 구분선과 파일, 인용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네이버 블로그 앱에서는 이미 옛날부터 있었는 데 이걸 이제야 업데이트 해주다니.. 근데 사실 그전까지는 얘네가 이 앱 그냥 버린거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리뷰에 불편한 점을 적어도 전혀 개선을 해주는 느낌이 없었거든.. 그래서 이정도 업데이트면 정말 대발전이라고 봐도 될거 같다. 그런데 아직도 사진 중간 저장 안 하고 많이 올리면 앱 튕기는 건 여전하다. 이부분도 개선해주길 바라본다.

오늘은 앨범을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 앨범에 어느새 사진이 너무 많이 쌓여서 더이상 해결이 안 된다. 심지어 나는 이걸 백업까지 해두고도 사진을 못 지우는 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든 내가 다시 찾아 볼지 모르니까. 근데 왜 막상 쓸거 같은 물건도 놔두면 결국 안 쓰지 않던가. 비슷한 거 같다. 사진도 결국 찍어만 두고 잘 안 찾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냥 블로그에 올려두면 언제든 그 글을 찾아오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정리하기로 했다.

블로그 업로드용 사진을 꾸준히 정리 중인데, 그 중에서 오늘 업로드 주제는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다. 직접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서 키우지는 못하지만 맨날 도촬은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어느새 100장 정도의 고양이 사진이 모였다. 오늘은 그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가장 아끼는 물건을 정리할때 그 물건과의 추억을 위해서 사진을 찍어두라고 하지 않던가. 근데 결국은 그 사진마저도 이렇게 정리를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추억이 터져나가기 전에 이렇게 글로도 남겨두면 조금은 추억에 대해서 덜 미안하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이상한 말을 해본다.


여기는 우리 화실 고양이다. 원래 길냥이였는 데 원장님이 데리고 오셨다고 한다. 나이는 완전 할머니.. 하지만 밥 시간은 귀신같이 아는 할머니다. 6시만 되면 밥달라고 울고 계시는 게 일상. 지금은 화실이 이사를 하고 더 커지면서 야옹이는 원장님 방과 유학반이 있는 곳에서만 놀고 있다. 취미반에는 절대 방문을 안 하시는 묘르신.. 가끔 심심하면 취미반 테이블에 저렇게 자리 잡고 앉아있고는 했었다.

그리고 굳이 그림 그리는 취미반 학생들 앞을 당당히 지나다니심.. 그것도 굳이 그림과 사람 딱 그 사이로 지나다님.. 고양이들은 정말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근데 워낙 미모가 출중하셨던 묘르신. 취미반에서도 사랑을 독차지 하셨었다. 요즘은 가끔 취미반에서 그림 그리다 보면 들리는 묘르신의 소리 정도만 들을 수 있을 정도ㅋㅋㅋ 아직 건강해서 다행이야.. 내가 2년 가까이 화실을 다니는동안 여전히 건강해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길냥이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정말 많다. 이유도 정말 다양하고.. 그래서 길냥이들은 특히 사람 손을 타는 게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늘 멀리서 찍거나 운 좋으면 가끔 가만히 있는 길냥이들을 가까이서 찍을 기회를 얻곤 한다.

나중에 나이들면 하삼처럼 살고 싶다. 고양이한테 정은 주지 않지만 정 빼고 모든 걸 주는 하삼 같은 인생. 앞마당을 고양이들한테 내어주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데 한 500살에는 가능하려나^ㅡㅠ...


부산에 놀러갔을 때 갔던 카페에 있던 고양이. 2층에 손님도 없었는 데 거기서 조용히 자고 있었다. 겨울이라고 목에 목도리를 매줬던데 고장도 안 나고 편하게 잘 하고 있던 고양이. 얘도 묘르신 같아서 조용히 사진만 찰칵 찰칵 찍고 멀리서 지켜 보기만 했었다.


딱 봐도 이 친구 사진이 엄---청 많은 걸 알 수 있는 데, 이유는 간단하다 이 녀석이 내 최애 길냥이였기 때문이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고양이 세계를 정복하기위해 출가했다. 얘의 이름은 징돌이였다. 징징이와 징돌이라고 우리 동네에 어느순간 터를 잡고 밥 달라고 차 밑에 숨어서 사람이 지나가면 삐약 삐약 울던 애기가 하나 있었다.

워낙 경계심이 커서 그냥 지나가는 냥인가 보다 했는 데 어느순간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 그리고 삐약 거리며 울던 애기냥이가 훌쩍 커서 옆에 또 다른 애기냥이를 달고 다니는 것.. 그때는 그래서 밥 달라고 우는 징징이와 그 징징이의 아들 징돌이 라고 지어줬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징돌이를 먼저 만나고 그 뒤에 뒤늦게 경계 많은 어미 징징이를 만났던거 같다.

징징이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경계심이 많아 쓰다듬거나 하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근데 징돌이는 어릴때 뭣도 모르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많이 얻어 먹어서 그런지 겁이 1도 없었다. 다가가면 다가가는만큼 개냥이마냥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아직도 내 최애 중 최애인 이유.. 겨울에는 롱패딩을 입고 있으면 자기도 추운지 쪼그려 앉아있는 내 다리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잡던 징돌이. 날이 좀 풀리자 롱패딩을 방석 삼아 앉기도 했었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갸웃? 하면서 길을 총총총 건너와 아는 척을 해주고, 내가 오면 징징이가 뺙 하고 울고 그럼 자다가 눈도 제대로 못 뜬채로 일어나 꼬리 들고 달려와 인사를 해줬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고로롱 거리며 손가락에 부비적 거리고 내가 집을 가는 길에는 배웅이라도 해주듯 늘 옆에서 같이 걸어줬다. 간식을 챙겨 가면 귀신같이 알고 간식 가방에 얼굴을 밀어넣고 정수리 치기를 하면서 '넌 내꺼다.'를 시전해주기도 했던 녀석🥲

캣초딩일때는 사람은 좋다고 따라 다니면서 같은 고양이들은 무서워했다. 특히 영역 싸움이라도 하는 날은 하악질하는 다른 냥이를 보고 얼음🥶 그럼 징징이가 와서 쌍욕으로 보이는 고양이 언어로 싸우고 그걸 본 징돌이는 엄청 빠르게 나의 옆으로 달려왔었다. 그렇게 징징이가 다른 고양이들 쫓아 내고 나면 징돌이는 그제야 총총 날 따라 배웅을 해줬고 그러면 징징이는 저만치에서 따라오며 걱정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정말 겁이 많은 듯 없던 캣초딩...

그러다 어느날 부터 매일 있던 자리에 2일에 1번 이런식으로 텀이 생기다가 1달만에 만났을때는 엄청 커서 어느새 지붕 위에도 올라갈 수 있는 상태였다. 나를 알아본건지 바로 지붕에서 총총 내려와줬는 데 그날을 마지막으로 출가해서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내가 본 최고의 고양이이자 5대5 가르마 고양이 중 가장 완벽한 가르마에 미묘였던 녀석. 잘 지내고 있길🥲


징돌이는 떠났지만 징징이는 아직 동네에 남아서 마당냥이를 하고 있다. 여전히 미묘인 징징 묘르신. 3년째 보고 있는 데 마당냥이로 잘 돌봐주고 있으신거 같다. 평소에는 조용하다 그래도 1년 안 되게 가까이서 봤어서 그런지 종종 지나가면 숨어서 우는 묘르신. 여전히 잘 지내서 다행이다 정말🥲 오래 오래 보자 징징아🥲


이걸로 고양이 사진 끝! 마지막 녀석은 길에서 간택 당할뻔한 썰을 가진 녀석이다. 신나게 노래 들으며 집가다가 갑자기 시선이 느껴져 옆을 보니 이녀석이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처음 보는 데 엄청 친근한척 다가옴..ㅋㅋㅋㅋ 그러더니 진짜 집앞 계단까지 따라옴.. 문 안 닫았으면 집 현관문까지 따라올 기세였다. 녀석도 동네에 터를 곧 잡을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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