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조금 희안하게 흘러가는 데, 보통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시즌이 하나있다. 바로 공부 쿨타임. 특히 새벽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시즌이 오면 뭔가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있다는 거다. 주로 주변인들의 퇴사가 가장 큰 이유고 (그게 놀기위해하는 퇴사이든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한 퇴사이든 상관 없음), 그 다음은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극이다. 인생 살면서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 계발서인데, 그 특유의 '열심히 사세요!' 이런 말 좋은 데... 그게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잖아.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 해답이 나한테 딱 맞는 조각일 수도 없다. 사람은 다 다르게 살고 있고 각자의 환경이 다르니까.
그래도 공통적인 말이 있다면 아무래도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라, 이게 아닐까싶다. 그래서 늘 시간을 이용하려 하지만 역으로 이용만 당하는 사람이 나다. 많이들 보는 그 강아지짤, '운동 조지고 올게! 하지만 늘 조져지는 건 나였다.' 이거 딱 내 상황이다. 시간 조지고 올게! 하지만 늘 조져지는 건 나였다.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쿨타임이 또 한바퀴 돌았다. 예전에 내가 직장에서 뒷담화를 듣고 산다고 했는 데, 그 분이 나가셨다. 몸이 안 좋아서 나갔다고 하는 데, 그런건 모르겠고 2달 뒤에 복직을 하신다고 하더니 안 하더라. 원래 예정대로라면 7월에 왔어야 했거든. 그래서 영영 안 올건가! 그럼 나는 여기서 야간 근무를 조금 더 하고 그만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했다. 원래 더럽게 힘들어도 사람들 좋으면 좀 더 다녀볼만 하니까.
근데 얼마 전에 옷을 갈아입는 데, 아침에 출근한 다른 부서 사람들이 '아, 그 사람 9월에 복직한다면서요?' 하고 말하고 있는 거다. 약간 충격적이였다. 왜? 이제와서? 뭐 이런 생각이 조금 들긴했으나 오기로 했다면 이미 얘기는 끝났겠지 뭐.. 그리고 복직 얘기를 얼마 전에 재입사한 동기한테서도 들었다. '너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던데 맞어?' 하고. 근데 이와중에 그나마 그 사람이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인물이 하나 있는 데, 그 인물까지 다른 곳으로 부서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이유는 9월 복직하는 사람과 포지션이 겹쳐서.
이 얘기를 듣는 데 진짜 머리가 아찔했다. 뭔가 단단히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했다. 근데 사실 나는 언제든 떠날 사람이고, 길게는 야간 근무 3년정도 생각을 했었는 데 이렇게 되면 1년 채우고 퇴직금 받으면 되는 부분이라 뭐.. 9월이 딱 내가 복직한지 1년째라서.. 그래서 생각했다. 어차피 돌아오는 사람이 영영 안 떠날 사람이라면, 거지같으면 내가 나가야는 게 맞다고. 또 옛날처럼 그렇게 하시면 어디 더욱 힘들게들 일들 해보시길.. 나 없어도 직장은 굴러가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업무는 당장 사람 없으면 없는 인력으로 굴려야 하니까요.
안 그래도 입사하는 사람은 없는 데, 자꾸 일만 늘려서 화가나거든요. 뭐 그래서, 저 일로 마음이 뒤숭숭 하고 있는 데 주변에서 퇴사 얘기가 하나씩 들리기 시작했다. 친구도 5년을 일하던 곳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려고 하고, 재입사한 동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애매하게 시험을 망쳐서 미련은 남는 데, 1년을 준비하면서 우울하고 힘들어서 사람 보려고 밖으로 나온 경우였다. 내가 분명 여기 오지마라고 여기가 더 지옥이라고 그렇게 뜯어 말렸지만 기어이 돌아오고 일 해보더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거다.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곳으로.
나의 직업 특성상 3교대가 필수인데, 3교대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건 정말 체력 좋고 독한 사람이여야 가능하다. 근무가 일정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쉬는 날은 적고 최악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정 근무를 신청하고 싶어했는 데, 우리 보다 윗년차들이 이미 고정 근무를 신청해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교대를 하고 있으니 마음 가는대로 되는 게 없는 거다. 그래서 계속 도망갈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인데, 이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근데 내가 예전에 들은 말 중 머리를 울리는 말이 하나 있었다. 친구가 해준 말이였는 데, 경력직이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퇴사를 했다는 거다. 보통 우리는 '경력직이?' 이런 반응이였는 데, 친구가 그러더라. 그것도 지능순이라고. 퇴사하는 것도 지능순이라고. '와, 여기 진짜 아니다..' 이 생각이 들었으니 도망칠 수 있는 거라고. 저런 생각이 안 들어서 어영부영 자기랑 맞지도 않는 거 1-2년 부여 잡고 욕 먹으면서 일하는 거라고. 이 말이 너무 충격적이였다. 그 뒤로 이 거지같은 일을 하면서 늘 저 생각을 한다. 퇴사도 지능순이라고.
동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직서를 던져도 이해할 수 있냐고 그러길래 '응, 여기 탈출은 언제든 박수칠 일인걸?'하고 답해줬다. 오히려 나보다 더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걸지도.
이런 상황에 입사를 하는 사람들도 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아예 직종을 바꾸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얼마전 입사한 다른 동기도 공무원 준비로 돌아왔거든. 그런 사람들 보니까 뭔가 나만 이러고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이 생활이 너무 싫은 데 전혀 나 스스로 노력은 안 하고 도망 치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동기들도 다 야간 근무면 길게 할 생각도 아니잖아, 공무원 준비라도 해봐. 하는 데 어쩌지 나는 내 직종 관련된 공무원에는 정말 단 1도 관심이 없는 데..
한 5년 이렇게 일해보니까 들었던 생각이 내가 너무 바보 같이 사는 거 같았다. 좋아하는 것들을 일로 하는 사람들을 그저 부러워만 하면서. 나는 바빠서 체력이 약해서 이런 핑계 줄줄 달면서. 그렇게 그냥 늘 정해진 일만하는 단순한 기계로 사니까 머리가 텅텅 비는 느낌이 드는 거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나의 주기적 작심삼일 쿨타임이. 일명 같이 공부할래요? 시간이다. 난 특히 매달 초에 이 스킬이 발동되는 편이고 보통 3일 간다. 근데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저지르는 편이라 일단 필요한거 사고 여튼 별 난리를 피우는 사람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전문적이지도 줏대도 없다던 글에서 공부 할거라고 책 샀다고 한것도 어제부터 시작했다.
영어 공부도 오랜만에 다시 시작했으나, 영어가 더 도태 된 느낌이다. 여튼, 이번에는 한능검에 갑자기 꽂혔다. 별 이유는 아니였으나, 한국사 덕후였던 내 어릴적과 NCT도 열심히 사는 데, 도영이 그렇게 바쁜데 2급 합격했다는 데! 이런 이유로 10월에 한능검을 치려고. 진짜 솔직히 도라이 같은 의식에 흐름이지만 공부가 해보고 싶다.
뭔가 그림쟁이들 중에도 인생 다채롭게 사시는 데, 다들 한번쯤은 뭐 하나에 미쳐서 공부를 했고 그래서 후회가 없다고 말하더라. 심지어 지금까지도 배우고 공부한다고 하는 것도 멋있었다. 근데 나는 자꾸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인게 너무 너무 싫다. 머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왜이리 답답한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또 열심히 사는 척 해보려고 한다. 다들 남은 올해도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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