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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달, 일년

답답해, 갑갑해

by Myo Gwan 2022. 3. 24.

호기롭게 퇴사를 외치고 벌써 4월이 되어간다. 그간 3달동안 한국사 1급을 따고 컴활 필기는 작년에 합격하고 실기는 1달 조금 넘게 매달려서 4수를 했다. 2번째로 시험을 쳤을때는 긴가민가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못 푼 문제가 3개였고 그 중 하나는 피벗 테이블 문제로 부분 점수가 없는 문제였다. 덕분에 10점을 상쾌하게 날렸고 제대로 답이 안 나온 계산 문제가 2개였다. 이미 여기서 22점이 날라간거다.

 

그날 시험을 치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정말 운이 좋으면 합격이고 아니라면 무조건 불합격이라고. 그리고 나의 기대는 후자에 걸려있었다고 봐도 된다. 왜냐면 자신이 없었으니까. 액세스는 쉬웠다. 공부를 할때는 액세스가 너무 너무 싫었다. 하는 내내 했던 생각이라면 이제 마이크로 소프트에서도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왜 아직도 컴활 시험에서 치는걸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런데 기계적으로 액세스 문제들을 풀기 시작하면서 시험장에 가서는 난이도가 정말 낮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번째 시험 결과를 기다리면서 당장 일주일정도 남은 한국사를 공부해야했다. 난 한국사 3수생이다. 일하면서 공부를 하니까 2번이나 70점대 언저리에서 놀았다. 특히 2번째 시험은 1문제 차이로 떨어졌다. 그때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도영이 참 대단하구나 이 생각도 했다. 바쁜 아이돌이 2주 빡시게 공부해서 한국사 2급을 맞았다니.. 이미 2회독을 했던 상황에서 더 회독할것도 없어서 판서를 한번 훑기만 하고 500제를 싹 다 풀었다. 그리고 시험을 치고 가채점에 합격했다.

 

셀프 제본했던 한국사 책을 바로 버렸다. 더이상 보고 싶지도 않았고 책장에 자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일주일 더 있다가 컴활 결과가 나왔고 예상했던대로 엑셀에서 떨어졌다. 엑셀 60점에 액세스는 합격이었다. 풀때 너무 술술 풀려서 액세스는 합격할거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근데 엑셀이 60이 나오고 맞춘 줄 알았던 매크로 이런것들도 틀린걸 보고 낙담했다.

 

하지만 별 수 없으니까 꾸역꾸역 또 공부를 했다. 대략 3주 공부해서 시험을 2번이나 쳤으니까 거기에 2주를 더 해서 3, 4번째 시험을 쳤다. 3번째 시험에 합격할거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처음으로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었으니까. 다 풀고도 시간이 남았었다. 엑셀도 액세스도 둘 다 시간이 남아서 다시 한번 문제를 훑어 보면서 오타 난건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떨지 모르니까 4번째 시험도 또 치러 갔다.

 

근데 4번째 시험에서 컴퓨터가 오류가 났다. 엑셀은 다 풀었는데 액세스를 푸는데 창이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값을 설정해도 초기화로 돌아갔다. 처음 겪는 상황에 이게 오류인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그걸 잡고 계속 문제를 풀었다. 이상함에 손을 들고 나서야 내 컴퓨터가 오류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남은 시간은 고작 25분이었고 모든 문제가 초기화 된 상황에서 제대로 멘탈이 터졌다.

 

결국 쿼리까지 꾸역꾸역 풀다가 시간 1분 남은거 보고 쿼리 풀던 손을 멈추고 쿼리 창을 닫아 버렸다. 그 오류에 대해 감독관은 별 수 없다며 그냥 껐다가 다시 풀어야한다고만 말했다. '이거 나름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 아닌가.. 근데 이런 대처라니 참..' 하는 생각도 들었고, '컴활 치러 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많이 낼텐데 그 돈으로 컴퓨터나 바꾸지..' 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 뭔가 엄청 무기력해졌다. 

 

공부해야할게 많은데 사조사 필기도 합격했고 이제 실기를 준비해야하고 혹시 몰라 토익도 점수를 따야한다. 근데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너무 막연하다. 공부를 하다가 문득 문득 치밀어 오르는 갑갑함에 지금 이 모든 행동이 정말 훗날 도움이 될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면 마음이 조금 정리될까 하고. 근데 전혀.. 간혹 힘들었을때 찔끔 찔끔 써뒀던 일기들을 보면서 '아, 나 이때도 힘들었구나.. 그러고 결국 또 이겨냈네..' 하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해보기도 했으나. 그건 결국 며칠 못 간달까.. 

 

답답하고 갑갑해서 이렇게 또 티스토리에 글 쓰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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